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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word in His Hand

From Mabinogi World Wiki
Mabinogi World Wiki
In-Game Library
A Sword in His Han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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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2
A loving ballad to a legendary blade.

Obtain From Fished up using Larry's Special Bait Feeder during the Larry's Swimming with the Fishes Ev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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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 이야기 -

The Sword


스법군/류트


'나는 누구지?'


내가 무(無)의 상태였을 때, 바리 던전의 광산 더미 깊숙한 곳에서 어느 순간부터인지 자아를 갖게 되었을 무렵의 처음 갖게 된 생각이었다. 지층처럼 두껍게 층층이 쌓인 흙의 두께는 상당했으며 간혹 모험가들이 그 흙을 파내려고 곡괭이질을 했지만, 지층을 뚫지 못하고 지나가는 날들이 계속 이어져갔다. 그렇게 흙이 서서히 허물어 져가고 겨우 뚫린 바늘구멍만 한 흙 속의 틈에서 몇 년 동안 바리 던전의 천장과 미약한 횃불의 불빛만을 바라보며 지내게 되었다. 나는 무엇이길래 이렇게 파묻혀 있는 걸까. 그렇게 나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은 날로 깊어져 갔다.


이윽고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금 흙의 균열이 일어나고 광산 더미는 크게 흔들렸다. 나는 긴장했다. 몇 년 동안의 기다림 끝에 변화가 찾아온 것이리라. 진동은 그 어느 순간보다 크게 울렸고 흙더미는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으며 나는 드디어 틈을 깨고 드러났다. 나를 맞이한 것은 중년의 콧수염을 기른 남성이었다.


"어허허. 이거 간만에 질 좋은 철광석을 얻었군!"


그는 한 손으로 나를 움켜쥐더니 간단히 빼냈다. 나는 남성의 손에 움켜쥘 정도로 작았지만, 그의 악력에도 꿋꿋이 버티며 그를 살펴보았다. 그의 손에는 날이 다 빠진 곡괭이가 있었으며 허리춤에는 작은 망치가 있었다. 촌스러운 줄무늬 상의에 반바지였지만 그의 까만 근육과 체격은 고된 일을 해온 누군가임을 드러나게 해주었다.


그는 나를 가죽 재질의 기다란 가방 속에 던져놓고 유일한 출입구를 끈으로 조여 매 닫아버렸다. 나는 다시금 흙 속에 파묻힌 기분이 들었지만, 주위를 둘러보자 까맣고 돌처럼 생긴 친구들이 널려있었다. 내가 왜 그들을 친구라 인식했는지 나는 절로 의문이 들었지만, 흙 속을 벗어났다는 기쁨에 금방 잊어버렸다. 나는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으며 그들도 나에게 인사를 해주지 않았다.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슬펐지만 슬픈 것도 잠시였다. 가방은 이리저리 흔들렸으며 나는 돌 친구들과 가방 속에서 몇 번을 굴러야 했다.


"흠흠! 노래는 근로의욕을 높여주지!"


이상한 콧노래를 들으며 가방 속을 구르는 동안 나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일상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 동안 흙더미에 박혀 지내다가 난데없이 가방 속에서 돌 친구들과 구르는 신세가 되어서 말이다. 하지만 그게 싫지는 않았다. 가만히 있는 것은 지긋지긋하다. 설령 이대로 계속 구른다고 해도 나는 그것만으로도 즐거울 것이다. 정말 사소한 것이 놀랍고 당황스러웠지만 즐거웠다.


어느 순간 이상한 콧노래가 멈추고 가방 속 흔들림도 멈추었다. 그야말로 가방 속은 정적이 흐르는 상태를 유지했으며 나는 다시금 긴장했다. 이번엔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 이번 일로 나에 대한 궁금증이 풀어질까.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다. 그렇게 염원하던 순간 끈으로 조여 맨 출입구가 열리며 환한 빛을 맞이했다. 가방이 반대로 뒤집혀 나와 친구들이 바닥을 구르며 가방 속에서 떨어졌다. 그 순간 나는 보았다.


지금껏 보았던 바리 던전 광산의 미약한 불빛과는 차원이 다른 강한 빛을. 그리고 바리 던전의 낮은 천장과는 다른 푸르고 새하얀 구름이 떠다니는 하늘을 말이다. 문득 나는 이곳이 바리 던전의 밖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그저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바깥은 이렇게 넓고 푸르구나!


"자! 그럼 슬슬 일을 시작해볼까!"


중저음의 중년의 목소리가 내 뒤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그의 투박한 손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나의 친구들을 차례로 집어갔다. 잠시 후 나 또한 그의 손에 들려 어딘가로 향하게 되었다. 그곳에는 각자의 모습은 다르지만 많은 친구가 있었다. 날이 뾰족하게 선 친구, 둥글게 생긴 나무판에 붙어있는 친구, 그 외에도 모자나 옷처럼 생긴 친구들도 많았다. 그리고 중년 사내의 손에서 떨어져 나간 이후의 기억은 말하고 싶지 않다.


어째서인지 온몸이 고통스러웠고 뜨겁게 불타는 느낌을 받았다.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려 해도 거대한 망치가 나를 두들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기절할 것 같은 정신을 애써 부여잡으며 긴 시간을 버텼고 이윽고 중년의 사내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나를 들고 찬물에 넣어버렸다.


"아하하! 간만에 정말 좋은 물건이 나왔군!"


나는 언제부터인가 나무로 만든 진열대 위에 올라와 있었고 건너편에 있는 강에 내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길이가 족히 50cm는 될 정도로 긴 검신이었지만 폭은 상당히 작았다. 그럼에도 반짝이며 멋지게 변한 내 모습을 보고 있자 하니 나는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며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나의 모습에 놀라워했다. 이게 바로 나로구나. 아니 어쩌면 새롭게 바뀐 나일지도 모른다. 나는 검이었다. 그것도 무려 롱 소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무기였다.


나의 모습은 용맹하기 그지없었고 그로 인해 나는 진열대 위에서 온갖 상상을 다 했다. 나는 이곳에서 가만히 있지만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 미지의 세계로 갈 것이다. 그곳에서 수많은 여행과 모험을 하며 추억을 간직하게 될 것이다. 그런 상상을 하며 나는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흙 속에서 보낸 몇 년의 세월이, 가방 속에서 보낸 몇 시간이 그동안 내가 바라던 일상이었지만 진열된 이 순간마저도 참지 못할 것 같았다.


"퍼거스 아저씨! 좋은 무기 좀 추천해 주세요!"


어린 미성의 목소리가 들리자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다름 아닌 남자아이였다. 그동안 모아둔 금화들이 담긴 금화 주머니를 퍼거스라는 자에게 넘겨주며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가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그 아이는 나와 같은 것 같았다. 아직 세상에 대해 잘 모르는 아이의 순진함에 동질감을 느꼈던 건지 나는 그 아이에게 끌렸으며 그 아이 또한 나를 끈질기게 바라보고 있었다.


"흠! 이 정도면 숏 소드나 롱 소드를 살 수 있겠구나! 하지만 아직 너는 어리니 숏 소드로 충분하겠…."


"퍼거스 아저씨! 저는 저거로 할래요!"


퍼거스의 말을 자른 꼬마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다름 아닌 나였다. 내가 롱 소드인 걸 알고 손가락으로 가리킨 건지, 아니면 순전히 나의 모습이 멋있어서 가리킨 건지 몰랐지만 나를 지목한 것을 보고 나는 정말 기뻤다. 드디어 밖으로 나가게 되는구나! 하지만 퍼거스는 근심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꼬마를 다시 보며 달래보려는 듯 말했다.


"저건 네가 다루기엔 아직 위험하단다. 솔직히 숏 소드도 위험하긴 하지만 원한다면 저것과 길이가 비슷한 연습용 목도를 줄 수도 있단다. 롱 소드는 숏 소드보다 값이 비싸니. 될 수 있으면 연습용 목도나 숏 소드를 추천하고 싶은데…."


"저는 저게 갖고 싶어요! 저거 주세요!"


퍼거스의 상냥한 말에도 의지를 굽히지 않는 꼬마는 급기야 떼를 쓰면서 달라고 한다. 퍼거스는 자신의 입이 문제라며 아이에게 추천한 후 철회하려 하니 표정이 심각해졌다. 퍼거스는 할 수 없이 나를 집어 들어 꼬마에게 건네주었고 꼬마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으며 나를 힘껏 쥐어 보였다. 퍼거스는 걱정이 많은 표정을 지으며 꼬마를 바라보고 말했다.


"어허허… 그럼 나와 약속을 하자꾸나. 그 검을 사용하는 건 아주. 아주 위험한 일이 되었을 때 사용해야 한다? 내 말 알겠니?"


"네! 약속할게요!"


나도 새로운 주인인 꼬마가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꼬마를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주인이 다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말이다. 그 후 꼬마는 마치 새 장난감이라도 받은 듯 기뻐하며 퍼거스에게서 멀어지며 마을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금 전의 퍼거스와의 약속은 이미 잊어버린 듯 나를 꺼내 들고 허공에 몇 번을 휘둘러 보였다.


"얍얍! 나는 기사다!"


순진무구한 소년은 나를 휘두르며 닭과 병아리를 상대로 기사 놀이를 했고 언제나 즐겁게 웃으며 나를 아껴주었다. 마치 보물인 듯이 말이다. 소년은 의외로 티르 코네일이라는 마을의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으며 조만간 있을 시험에 대비해 무기를 사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어하는 마음에서였지만 나중에는 나의 멋진 모습에 반해 시험을 잊어버린 듯 마을 사람들이나 학우들에게 자랑하며 나를 치켜들어 뽐냈다.


"이거 봐라! 이게 내 무기다! 부럽지!"


마을 사람들은 입을 모아서 정말 대단하다는 듯이 치켜세워 도가 지나칠 정도로 감탄했다. 학우들 또한 연습용 목도나 숏 소드만을 휘두르다 소년의 롱소드인 나를 바라보니 입이 떡하니 벌어져선 부럽다는 눈빛으로 소년을 주목했다.


나는 그런 평범한 일상이 싫지는 않았다. 비록 철이 없는 소년이 나를 자랑해도, 기사 놀이를 한답시고 나를 허공에 휘젓는 것도 그저 즐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혼자였던 나에게도 작지만 주인이 생겼고 덕분에 생소한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소년과의 일상은 며칠이고 몇 년이고 반복되었다.


소년이 말한 시험이란 것은 묘지에 있는 흰 거미들을 처리해서 거미줄을 모아오는 것이었다. 일종의 담력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흰 거미들을 굳이 쓰러뜨리지 않아도 풀숲에 걸린 거미줄만을 모아와도 합격이라는 것이 학교 선생의 말이었다. 그러나 나와 소년은 그런 선생의 말을 듣고 기운이 빠지더니 겨우 거미줄 모으기라며 실망했었다. 나와 소년은 전투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며 묘지로 달려가 흰 거미들을 보이는 대로 날려버렸다. 가로 베고 세로 베고 발로 차서 날려버리기까지 하면서 나와 소년은 정말 즐거웠다.


아르바이트 경험이 미숙한 소년은 나를 들고 양털을 깎기도 했었다. 덕분에 양은 눈물을 찔끔 흘리며 양털을 내주어야 했고 소년은 보람찬 일을 한 듯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외에도 다른 전투가 있을 때나 아르바이트를 할 때나 다른 곳으로 갈 때나 나부터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 소년이 너무나 좋았다. 그런 일상이 너무나 좋았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고 소년은 조금 더 자라나서 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


"하아… 이제는 이 롱 소드도 날이 많이 빠졌구나."


나의 몸은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몇 년 동안의 전투 흔적이 쌓이고 쌓인 것인지 아니면 검으로서의 수명이 다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어른스러워진 소년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아직 순진했던 소년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동안 위험한 순간도 많았다. 그때마다 나는 앞으로 나가 소년을 지켜주었고 적을 무찔렀고 나는 소년에게 승리를 안겨주고 목숨을 살려주었다. 그런 일들을 소년도 기억하고 있는 모양인지 내심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들고 대장간을 향해 걸어갔다.


"퍼거스 씨. 이 녀석을 잘 부탁합니다. 그동안 내 목숨을 여러 번 살려준 녀석이니 부디 좋은 무기로 만들어서 좋은 주인에게 팔아주세요."


"하하하! 이 녀석이 이젠 철이 들었구만! 나한테 맡겨라! 그 어떤 무기보다 뛰어난 무기로 만들어서 좋은 주인에게 팔아주마!"


최소한의 배려인지 소년은 나를 대장간에 팔아넘기면서도 나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지 좋은 무기로 바꿔서 다시 팔아달라고까지 했다. 소년이 천천히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는 다시금 전에 겪었던 끔찍한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뜨겁고 둔탁한 충격을 견디며 소년을 상상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반드시 좋은 무기가 되어 소년의 바람을 이루어주리라.


"허허! 좋은 무기가 되었구만. 하지만 이런 곳에서 썩히기엔 너무 아까운 녀석이니. 새로운 집으로 보내주마!"


퍼거스의 말이 끝나고 정신을 차린 곳은 전혀 다른 마을의 진열대였다. 티르 코네일과는 다른 현대식의 마을이었으며 티르 코네일이 시골풍의 마을이라고 한다면 이곳은 도시풍의 마을이었다. 언젠가 전(前) 주인이었던 소년이 지도를 펼치며 각각의 마을의 명칭을 공부할 때 예시로 찍힌 사진을 통해 본 적이 있다.


이곳은 이멘 마하인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진열된 곳은 이멘 마하 무기점의 진열대인 것이다. 무기점의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젊은 여성이었으며 상체에는 가슴을 가리는 플레이트를 입고 있었다. 유리창 너머에서 어떤 한 사내와 대화를 나누다 사내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더니 무기점의 주인은 곧바로 문을 열고 무기 점으로 들어와 진열대 위에 놓인 나를 집어 들고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대부분의 팔라딘 수련생들은 이 배틀 소드를 선호하는데요오~ 살상용으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성능은 바스타드 소드와 동급이거나 개조를 하면 그 이상이 되기도 하니 기사들에게는 안성맞춤인 검이지요오~."


"…흠. 전에 쓰던 바스타드 소드도 마음에 들었지만… 오슬라 씨가 추천해주는 무기니 한 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오슬라라는 여주인이 나를 배틀 소드라 부르며 하얀빛이 감도는 중갑옷을 입은 늠름한 사내에게 건네주었다. 사내는 검 손잡이를 힘껏 쥐어 한 손으로 가볍게 휘둘러보다 곧게 뻗은 검신을 바라보며 이내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금액을 지불했다. 그리고 무기점을 떠나며 나를 허리춤에 찬 그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후훗. 내 무기로써 선택된 것을 영광으로 알아라. 나만큼 실력이 뛰어난 팔라딘 수련생은 아마 없을 테니까!"


그가 말하는 팔라딘 수련생이란 게 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 주인이었던 소년의 학교에서도 배운 적이 없었고 떠도는 소문으로도 들린 적이 없으니 말이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이멘 마하를 빠져나와 팔라딘 수련장이란 곳을 향해 갔다. 팔라딘 수련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외길로 이어진 흙길과 양측으로 호수가 보였는데. 그 호수에 비친 나의 모습은 너무나 놀라웠다. 롱 소드보다 긴 검신은 족히 1m는 될 것 같았다. 게다가 검폭 또한 상당히 넓어졌고 검 손잡이는 푸른색으로 도색이 되어있었다. 롱 소드와 비교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멋진 내 모습에 내심 퍼거스에게 감사하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청년이 도착한 곳은 팔라딘 수련장으로 청년과 같은 또래의 사내들이 새하얀 빛이 살짝 감도는 갑옷을 입고 열심히 검술을 연습하고 있었다. 전 주인의 학교에서 배운 검술과는 달리 살기가 어린 검에서는 노련한 전사의 찌르기와 베기가 연출되었으며 그중에는 티르 코네일의 검술 선생과 비견할 정도의 검술을 구사하는 수련생도 있었다. 나의 새로운 주인인 청년도 이에 질세라 한껏 실력을 뽐내며 여러 수련생들과 대련을 했으며 주인의 실력 역시 출중했다.


비록 실력이 낮다고는 하나 여러 수련생들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고 한걸음에 뛰쳐나가는 용기와 여러 방향에서 날아오는 검들을 가볍게 튕겨내는 반사 신경, 게다가 몸집이 곰만한 수련생을 상대로 검을 맞대어도 밀리지 않는 근력은 그가 차기 근위대장이라는 실력을 갖추기에는 손색이 없었다. 어쩌면 티르 코네일의 검술 선생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 자가 나의 주인이라니 나는 엄청난 기대감과 흥분에 하루하루를 보내며 두 번째 일상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하하하! 다들 아직 멀었어! 수련을 더 해야 할 걸!"


비록 팔라딘 수련생이긴 하지만 일종의 기사의 작위를 받은 그들은 성을 다스리는 영주의 명령에 따르며 여러 전투에 나가 값진 승리를 거두는 게 일상이었다. 어떤 때에는 포워르와의 전면전을 치를 때도 있었지만 그는 용감히 앞으로 돌진하며 여러 마리의 포워르들을 베어내리고 가르며 팔라딘으로서의 명예와 부를 누리며 다른 이들에게 모범이 되었다. 그는 명예로운 팔라딘 수련생이었으며 나는 그의 무기이자 동료로서 그의 두터운 신임을 받게 되었다. 그러던 그의 일상에 이멘 마하 영주가 명령을 내려왔다.


"이멘 마하 내에 다크 나이트들의 습격이 포착되었으니 즉시 팔라딘 수련생들 중에서 가장 실력이 출중한 자들만을 모아 기사단을 만들어 모두 사살하라!"


팔라딘 수련생들은 영주의 명령에 혼란스러워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적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은 인간이다. 지금껏 나간 전투에서도 적 중에는 도둑질을 일삼는 도적들이나 기사단을 사칭한 인간들을 상대로 승리했지만 결코 죽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영주의 명령은 죽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팔라딘 수련생들은 두 가지 의견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자신의 신의에 따라 적을 살려줄 것인가, 영주의 명령에 따라 죽일 것인가. 내 주인은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라이미라크시여. 저는 어찌해야 좋단 말입니까. 제 뒤로 지켜야 할 목숨은 수없이 많지만 그로 인해 적들인 인간들을 죽이게 되다니. 그렇다면 제가 지금껏 믿어온 팔라딘으로서의 모습은 어떻게 되는겁니까…."


결국 팔라딘 수련생들의 의견은 점점 다크 나이트들을 죽여야 한다는 의견으로 몰려가고 나의 주인 역시 살려주자는 의견에 해당하는 절반의 팔라딘 수련생들처럼 흔들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전장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와 주인이 본 곳은 그야말로 전장이었다. 그곳은 이멘 마하 광장이었지만 팔라딘 수련생들과 다크 나이트들이 서로 섞여 대립하고 있었으며 그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는 다크 나이트들을 살려주자는 의견을 가진 자들조차도 이제는 이성을 잃어버리는 듯 검을 마구 휘두르고 있었다. 동료가 쓰러져 싸늘한 시체가 되어버렸다. 그로 인해 우연히 휘두른 검에 적이 죽어버렸다. 그런 분노와 허무함이 뒤섞인 전장에서 나의 주인은 평소와는 다르게 손을 떨면서 붉은 선혈이 난무하는 단말마가 가득한 전장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 또한 주인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주인에게 동료가 있듯이 나에게도 동료들이 있다. 그것은 내가 바라보는 모든 무기였다. 들고 있는 사람은 다르나 나의 친구들은 피를 뒤집어쓰고 묵묵히 다른 누군가를 베어나갈 뿐이었다. 인간에게 선악이 있는 것처럼 우리도 선악이 있는 걸까.


"으아아! 죽어라!"


한 다크 나이트가 나의 주인을 향해 검을 들고 돌진했다. 나는 재빨리 주인의 손을 끌어 다크 나이트의 검을 막았다. 주인 또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반사 신경으로 검을 막은 것이리라. 그렇게 다크 나이트와 몇 번의 칼부림이 이어졌다. 위로 베어내리는 것을 검을 비스듬히 세워 흘려보내고 좌로 베는 것을 뒤로 물러서서 피했다. 그렇게 나의 방어만 하다 누군지 모를 시체에 발이 걸려 뒤로 넘어지고 다크 나이트는 틈을 노렸는지 검을 두 손으로 잡고 크게 아래로 내려치려 했다.


'내 주인을 지켜야 한다.'


주인은 그저 멍하니 다크 나이트를 바라볼 뿐이었다. 주인의 빛이 감도는 중갑옷에는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고 나는 피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주인의 의지가 아닌 나의 의지로 다크 나이트의 복부를 찌른 것이다. 다크 나이트의 갑옷을 뚫고 들어간 나의 일격은 다크 나이트를 즉사시켰으며 다크 나이트가 힘없이 쓰러지자 나의 주인은 상당히 동요한 듯 다크 나이트의 피가 한가득 흐르는 두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으… 으아아!"


주인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이성은 잃은 것인지 크게 울부짖으며 나를 손에서 떨어뜨리고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왜 저렇게 혼란스러워하는 걸까. 적이 공격해 올 것을 알고 나는 주인을 지켰을 뿐이다. 오히려 살아났다는 안도감에 기뻐해야 할 텐데 말이다. 그 순간 나의 몸에 다시 피가 튀었다. 그것은 다크 나이트의 피가 아닌 주인의 피였다.


"크헉…!"


절망하던 주인은 미처 등 뒤의 다크 나이트가 검을 휘두르는 것을 못 봤고 다크 나이트의 일격에 나의 주인은 피를 토하며 힘없이 쓰러졌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주인은 내가 보는 눈앞에서 싸늘하게 식어갔다. 나는 미처 슬퍼할 겨를도 없이 세 번째 주인의 손에 들려야 했다. 그것은 방금 두 번째 전(前)주인을 죽인 다크 나이트였다.


"케헤헤! 이거 상당히 좋은 검인걸! 횡재했네!"


그 이후부터는 생각하기 싫은 기억들뿐이었다. 다크 나이트가 나를 쥐고 남아있는 팔라딘 수련생들을 난도질하며 죽여갔다. 그것도 모자라 이멘 마하의 죄 없는 시민들도 베어내려 죽였다. 그리고 그는 매우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자랑스럽게 나를 치켜들었다. 이것이 나란 말인가.


나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처음에는 순진무구한 소년의 검으로서 소년을 지키기 위한 검으로 살아왔다. 두 번째는 팔라딘 수련생의 검으로서 청년을 지키기 위함과 동시에 부와 명예를 위해 살아왔다. 하지만 세 번째는 다크 나이트의 검으로서 의미 없는 학살을 위해 쓰이고 있었다. 그렇게 세 번째 주인이 검을 휘두르며 나에게는 온갖 단말마와 비명이 들려왔다.


"제발 살려줘!"


"죽이지 말아주세요!"


"엄마! 아빠!"


남자와 여자 할 것 없이, 심지어는 그중에는 처음 만났던 소년 또래의 아이도 있었건만 그들 모두를 베어버리고 고통이 가득 담긴 단말마를 들어야 했다. 그리고 피로 붉게 물들어야 했다. 그리고 다크 나이트의 희열에 가득 찬 웃음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러자 나는 다시금 생각해야 했다.


'나는 누구지?'


나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검인가. 누군가를 살려줄 검인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검인가. 검으로서의 나의 정체성이 매우 혼란스러웠고 그러던 중 나는 이내 생각하는 것을 포기해버렸다. 그러자 나는 두 동강으로 부러졌다. 단순히 날이 빠졌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매우 고통스러웠다. 말로 이루 표현하지 못할 극심한 고통이 나를 덮쳐왔고 다크 나이트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젠장! 부러졌네."


그리고 다크 나이트는 나를 바닥에 꽂아버리고 냉정하게 자신이 가던 길을 향해 걸어갔다. 나의 일부분은 수많은 상처를 안고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나는 그것을 줄곧 지켜봐야 했었다. 그렇게 바닥에 꽂힌 채 며칠을 몇 달을 몇 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며 날씨가 바뀌고 계절이 바뀌었다. 내 주위에는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과 줄기가 나를 감싸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바리 던전에 매장되어 있었던 기분을 느끼며 나는 다시금 고민에 빠졌고 왜 이렇게 되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누구지?'


나는 한때 철광석이었다. 그리고 롱 소드였다. 그리고 배틀 소드였다. 그리고 지금은 부러진 검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철광석 때가 차라리 좋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검이 되지 않았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리고 나로 인해 누군가가 죽는 일이 없었을 텐데. 나를 대장장이로 만들어 준 사람을 원망했지만 원망은 원망일 뿐. 아무것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속이 더욱 타들어 가며 나는 내 처지를 슬퍼했다.


한때는 소년을 지켜주는 일상이 좋았다. 하지만 슬프게도 소년은 나를 버렸다. 한 때는 팔라딘 수련생이었던 청년을 명예롭게 해주는 일상도 좋았다. 하지만 슬프게도 나를 버렸다. 검으로서 주인을 지켜주어도 나를 내던진 것이다. 대체 왜 그런 걸까. 한 때는 다크 나이트의 검으로서 살육만을 목적으로 쓰였지만 그 일상만은 싫었다. 아무런 죄도 없는 누군가를 죽여야 하니까. 그러자 한 가지 의문점이 떠올랐다.


'그럼 왜 소년과 청년의 일상을 싫어하지 않았던 거지?'


소년에게 덤벼오는 여우를, 청년에게 돌격하는 마족을 베어버린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왜 그 일상이 싫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여우나 마족들도 목숨을 갖고 있었고 가치관은 다르나 살아가기 위해 목숨을 부지하려 했을 뿐인데 말이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검의 마음가짐이었다. 처음으로 밖으로 나온 검은 두려움과 호기심이 가득했지만 첫 주인인 소년을 시작으로 그의 일상이 검의 호기심을 풀어주었고 소년의 일상이 너무나 평화로웠기에 그것을 보통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두 번째 주인인 청년으로 넘어가자 선악을 판단할 정도로 성장했고 세 번째 주인인 다크 나이트가 쥠으로써 다크 나이트의 일상이 싫다고 생각한 것이리라.


'생각해보니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구나.'


그저 알고 싶었던 것뿐인데. 더 많은 것들을, 여러 가지 것들을 말이다. 하지만 검으로서의 자만심과 오만함이 얕은 지식을 드러내고 언제부터인가 실수를 하기 시작했다. 검은 누군가를 지킬 수도 있고 살려줄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검이라고 하는 것이다. 단지 검은 주인에게 충성을 다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선이든 악이든 상관없이 주인에 의지에 따라 다르게 변한다는 것이지만. 이렇게 생각하니 검으로서 살아가는 게 싫어졌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바리 던전 속에서 잠들어 있는 게 나을 뻔했다.


"흠. 안타까운 검이군."


몇 년 만에 들어본 목소리다. 그동안 이끼가 내 몸을 뒤덮고 줄기로 감겨있는 나를 검으로 인식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그는 내 일부분과 나를 집어 들어서 말했다.


"…고된 인생을 살아온 듯하구나. 불쌍하게도 얼마나 외로웠을까."


네 번째 주인은 소년과 다르게 점잖았다. 청년과도 다르게 냉정했다. 다크 나이트와도 다르게 자신만의 확고한 선이 있었다. 그는 나를 허리춤에 차더니 제자리에 자라던 잡초들을 뽑아냈다. 그리고 나무 장작들을 꺼내 쌓아놓고 불을 피웠다. 그리고 나를 꺼내 들고 내 일부분과 불 속에 던지며 말했다.


"아마도 수많은 사람 손에 쥐어가며 수많은 경험을 했겠지. 검이니까 뭔가를 베는 경험밖에 없을 테지만… 그런 경험이라도 그동안 주인을 지켜주는 중대한 역을 맡았겠지. 이제는 주인도 없으니 편히 쉬어라."


불이니까 당연히 뜨거웠다. 하지만 결코 슬프거나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진정한 주인을 만난 것 같은 포근함이 느껴졌다. 어두워지는 시야 속에서 천천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동안 섬겨온 주인들을 생각하고 각각의 일상들을 떠올리며 비록 기쁘고 슬픈 일도 있었지만 그것들 또한 경험이었고 삶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그동안 저를 써 주어서 감사합니다….'